[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코로나19 시대' 자화상 배달라이더 '무한경쟁'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시작합니다! 이번 주 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주문이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며 오토바이의 위험한 질주가 크게 늘었습니다. 보행자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밤낮없는 소음으로 인한 주민 불편도 커지고 있습니다. 방준혁 기자입니다.
[온동네 울리는 오토바이 굉음…횡단보도 달리고 단속 피해 도주 / 방준혁 기자]
늦은 밤 오토바이들이 굉음을 내며 주택가 도로를 질주합니다.
골목마다 배달 오토바이가 누비는 탓에 밤잠을 설치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새벽에 자다가 여러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갈 때 제일 시끄럽고…경적 소리도 크고 부웅(엔진) 소리가 일단 제일 컸어요."
보행자 사이를 비집고 횡단보도를 달리는 오토바이도 눈에 띕니다.
안전모도 쓰지 않은 채 정지선 앞에서 차를 가로막고 서 있던 오토바이는 단속을 하려는 경찰을 무시하고 그대로 달아납니다.
"경찰이 보이면 무조건 도망가니까…(호루라기 불어도요?) 네 불어도 도망가요."
서울시와 경찰은 연말까지 오토바이 집중 단속에 나섰습니다.
교통 신호 위반은 물론이고 번호판을 가리거나 소음을 유발하는 불법 개조 행위도 모두 단속 대상입니다.
이곳 연신내역 일대에서 한 시간 동안 7대의 오토바이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이륜차들이 배달이 많다 보니까 무리하게 운행을 하는 경우가 빈번히 있습니다. 저희가 주야로 2시간 이상씩 집중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배달 오토바이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탓에 일일이 단속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서울에서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올해 들어서만 66명,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배달 종사자입니다.
"(배달이) 늦어도 상관없다고 하면 안 그랬겠죠. 업장이 저희가 아니라 다른 데로 바꿔버린다고 하면 그걸 감당하기가 쉽겠냐고요."
배달 기사들이 죽음의 속도 경쟁을 벌이는 사이 주민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방준혁입니다.
[이광빈 기자]
이처럼 신속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면서 라이더들의 속도 경쟁도 심화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주문 수요가 늘면서 도심 곳곳은 시간을 가리지 않는 배달 격전지로 변했는데요. 한지이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더 빠르게"…코로나 시대 속도 경쟁 내몰린 배달기사 / 한지이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수제버거 배달음식점에 주문이 들어옵니다.
"배달의 00 주문! 배달의 00 주문!"
주문이 뜨자마자 분주하게 요리가 시작되고, 포장이 끝나자 배달기사가 픽업장소에서 음식을 들고 나갑니다.
치열한 배달 경쟁 탓에 빨리빨리는 이미 익숙해진 지 오래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배달 물량이 너무 많이 늘어가지고 기사 대비 몇 배 이상 물량이 있다 보니까 수행이 참 어려운데, 사장님들한테도 늦어서 죄송하다, 죄송하다 말씀드리는 것도 좀 그렇고…기사 수급도 잘 안 되는 상황이고…"
한 건이라도 더 많은 배달을 하기 위해 시간 싸움에 노출된 배달 기사들.
"정지선 시켜주셔도 배달 늦지 않거든요. 다음부터 지켜주시고…"
배달주문 플랫폼 기업·배달 대행업체의 독촉, 음식점 점주와 소비자들의 빠른 배달 요구 속에서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스스로 정지선 같은 교통안전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는 게 배달 기사들의 생각입니다.
"저희들이 어떻게 하면 라이더들의 난폭 운전, 신호 위반 등을 좀 개선할 수 있을까 라이더 스스로가 먼저 자정을 해야한다는 개념으로 저희들이 이렇게 정지선에서 신호위반 하지 말자고 스스로 나서기로 했습니다"
코로나로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하면서 2019년 약 9조원이었던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0조원 규모로 2배 이상 뛰었고 배달원 취업자 수도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상반기 37만명에서 하반기에는 39만명 까지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배달 기사를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은 미비한 실정입니다.
"무리한 스피드 경쟁은 전반적으로 물론 소비자들은 편리함 때문에 좋아한다고 하지만 사회적 비용이 더 들어갑니다. 교통사고라든가 교통질서가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많아지게 되겠죠."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 하면서 배달 노동자 수도 늘고 있지만, 이들이 처한 노동 환경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속도보다는 안전을 추구하는 성숙한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할 때입니다.
연합뉴스TV 한지이입니다.
[코너:이광빈 기자]
배달 오토바이는 항상 도로 위를 달리기만 하지 않습니다.
'콜'을 받기 전까지 대기하는 장소도 있습니다. 배달허브라고 말합니다. 배달허브 앞에는 많게는 수십 대의 오토바이들이 빼곡이 늘어서 있습니다. 갈길 바쁜 오토바이와 사람이 오고가는 곳이다보니 여기서도 소음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소음 등의 문제가 생긴다고 '우리 지역에선 배달허브가 있어선 안 된다'는 식의 '님비' 현상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오토바이 소음과 배달허브 설치를 둘러싼 갈등은 배달 노동자들을 배려하면서도,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감안해야 하는 숙제입니다.
이처럼 배달 오토바이로 인한 다양한 충돌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거리 위에서 발생한 소음 문제는 해법이 간단해 보이기도 합니다.
배달 오토바이가 속도와 신호를 지키면 아무래도 소음이 덜할 수 있고 주민들이 느끼는 사고 위험도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나, 속도와 신호를 지키면 배달기사 이른바 라이더들의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3월 배달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이 11명의 라이더들을 상대로 준법 주행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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